누구냐, 기차 망가뜨린 사람
오미오 앱으로 예약한 기차표를 손에 쥐고 오후 1시쯤 첸트랄레역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긴 여정이 오늘의 주요 일정이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한 번 환승한 뒤 프랑스 리옹역으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오후 5시 반에 취리히 중앙역에 도착해 한 시간가량 대기한 뒤, 오후 6시 반 기차를 타고 오후 10시 40분쯤 리옹역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취리히에서 리옹으로 가는 기차가 고장으로 운행 중단된다는 이메일을 받는 순간, 모든 일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전 11시 30분에 전달받은 이메일, 다음 날 아침 파리 루브르 박물관 투어가 예정돼 있었기에 이 일정 차질은 치명적이었다. 급히 파리행 기차편을 조회했지만 원하는 시간대의 티켓은 없었다. 나는 서둘러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편을 찾아야 했다.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으로 이동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찾아보기로 했고, 다행히 당일 저녁 출발하는 이지젯 저가항공을 예약할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캐리어를 찾아 바로 공항행 급행버스를 예약했다. 오후 12시 10분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만에 밀라노 말펜사 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는 약 5시간 동안 기차표 환불 방법을 찾아보며 고객센터에 연락했지만, 오미오 앱에서 환불 보장 상품을 구매하지 않았기에 환불은 불가능했다. 예상치 못한 항공료와 교통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안전하게 파리에 도착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서둘러야 한다, 기차를 타야한다.
저녁 7시 45분 탑승한 비행기가 40분 이상 지연돼 샤를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밤 10시 30분을 훌쩍 넘겼다. 짐을 챙기고 파리 북역으로 이동한 뒤 지하철로 리옹역 인근 숙소까지 가야 했는데, 공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직행 지하철(RER B)을 겨우 잡아탔다. 캐리어를 들고 플랫폼까지 전력 질주해 탑승한 지 불과 1분 뒤, 문이 닫히는 순간의 안도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파리에서의 첫날 밤
리옹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 새벽 1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밤거리의 분위기는 나폴리나 로마처럼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여행 가방을 든 혼자만의 아시아 관광객으로 보였기에 늘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방에 들어와 가방을 침대에 던지자 긴장이 풀리며 밀려오는 피곤함과 함께 하루의 끝을 실감했다. 샤워 후 바로 잠자리에 들며, 아침 일찍 예정된 루브르 박물관 투어를 위해 몸을 쉬게 했다.
밀라노에서의 일정은 순조롭게 시작됐지만 갑작스러운 변수로 인해 예상치 못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겪게 됐다. 그러나 빠르게 대안을 찾고 과감하게 결정한 덕분에 일정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혼자였기에 오히려 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 경험은 여행의 또 다른 교훈으로 남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불안감과 긴장은 여전히 기억하기 싫지만, 그만큼 여행에서 위기를 대처하는 나만의 방식이 생긴 순간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