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다, 피사로 가자
피렌체에서의 둘째 날, 별다른 일정 없이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피사가 떠올랐다. 이탈리아에 왔는데 피사의 사탑을 안 보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급히 짐을 챙기고 7시 30분 숙소를 나섰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으로 가서 7시 50분 기차에 올랐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피사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아주 좋았다.
역에서 사탑이 있는 두오모 광장까지는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20분 정도 걸어가면서 아르노 강을 건넜는데, 전날 비가 온 듯 강물이 흙탕물로 가득했다. 낮은 건물들 사이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사탑이 눈에 들어왔다.
계속 기울고 있으려나, 사탑
드디어 실제로 마주한 피사의 사탑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고, 기울어진 정도도 꽤 심해 놀랐다. 9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관광객이 사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대리석의 사탑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왔고, 그 곁에는 피사 대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피사의 사탑 모양 병따개를 하나 샀다. 아직 오전이라 주변 식당가는 한적했지만,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기차 시간이 남아 근처 카페(La Delizia Pisa)에 들러 에스프레소와 크림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거리의 벤치에 앉아 커피와 크루아상을 맛봤는데, 에스프레소의 진하고 짠맛과 크루아상의 달콤짭짤한 조화가 인상 깊었다. 이 맛 덕분에 피사의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았다. 오전 11시쯤 다시 피렌체행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곱창버거가 유명하다면서?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곱창버거로 유명한 NERBONE으로 향했다. 오후 1시쯤 시장 앞에는 가죽 가방과 명품 모조품을 파는 매대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시장 내부는 북적였다.
NERBONE에서 곱창 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고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곱창 특유의 향과 맛이 진하게 느껴졌고, 바게트처럼 질긴 번 때문에 먹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물이 자꾸 흘러내렸지만 맛 만큼은 훌륭했다. 다음에 또 먹고 싶을 정도였다.
피렌체 대성당 & 산 조반니 세례당
식사 후 천천히 피렌체 거리를 걸었다. 중앙시장에서 내려오면 바로 산 로렌초 성당이 나오고, 이어서 대성당에 도착했다. 성당 내부에 들어가 돔 천장화와 벽화를 감상했는데, 가이드 앱으로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지만 지금은 사진만 남아있다.
성당 맞은편의 산 조반니 세례당은 금빛으로 장식된 ‘천국의 문’으로 유명했다. 문 앞 철창이 시야를 가린 것이 아쉬웠지만, 조각의 정교함은 감탄을 자아냈다.
오르산미켈레 성당 & 시뇨리아 광장
산책을 이어가며 젤라또 가게에서 참깨 바닐라 젤라또를 먹었다. 꿀이 더해져 달콤했다. 이어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니 광장 곳곳에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다. 로자 데이 란치(Loggia dei Lanzi)*에서는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머리를 든 청동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이리얼트립 가이드 앱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를 더 깊게 알 수 있었다.
산타 크로체 성당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바닥에 새겨진 이름 모를 인물의 무덤은 세월의 흔적으로 매끄럽게 닳아 있었다. 미켈란젤로의 무덤 앞에서는 천재 예술가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다.
최고의 피렌체 전망대, 알 몬테 성당
광장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본 피렌체는 낮은 붉은 지붕과 대성당, 베키오 다리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더 높은 전망을 보기 위해 힘들게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까지 걸어 올라갔다.
여기서 바라본 피렌체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붉은 지붕과 푸른 언덕, 뭉게구름으로 그림자가 드리운 산맥까지 완벽했다. 웨딩사진을 찍으러 온 한국 커플을 보며, 여유 없이 사진만 찍는 여행의 의미에 대해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베키오 다리 & 레푸블리카 광장
다리 위 상점들은 하나의 골목처럼 느껴졌다. 이어 Mercato Nuovo를 지나 레푸블리카 광장에 도착하니 해질녘 풍경이 아름다웠다. 회전목마와 길거리 뮤지션의 공연으로 광장은 활기가 넘쳤다.
피렌체의 마지막 저녁, 역시 스테이크
피렌체 대성당의 야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으며 숙소로 돌아와 이날의 긴 여행을 마무리했다.





















































































































